온라인 마권 연내 허용 방침 굳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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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마권 둘러싼 갑론을박

정부가 2023년 연내에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온라인 마권 허용을 위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통과를 자신하며, 이를 통해 경마 시장의 94%를 차지하는 사설 경마 시장을 양지로 이끌어내고 사행성 조장 논란 또한 불식시킨다는 계산입니다. 사행성을 조장한다 비난했던 시민 단체가 반대 의사를 철회한 지금이 발매 허용을 위한 적기라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마 시장이 국내 말 산업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온라인 마권을 발매하면 말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정안에는 온라인 마권을 발매하기 위한 제도 보완과 동시에, 사행성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됩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생체 인식을 통한 검증 강화와, 구매 상한 액수 5만 원 한도 설정 등이 있습니다. 그간 경마 시장 유해성 논란의 온상이 된 장외 발매소는 축소 운영하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정부,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 방침 밝혀

정부가 2023년 2월 6일 온라인 마권 발매를 연내 허용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온라인 마권은 경마 경기장 혹은 장외 발매소 외의 장소에서 실명 계좌로 가입한 사람이 PC, 모바일 등의 전자통신 수단을 이용해 마권을 구매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모바일 마권 구매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마권은 오프라인 경마장 및 장외 발매소에서만 발매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96년 경마장 외에서 베팅 가능한 인터넷 마권구매가 도입된 바 있지만,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2009년 7월 폐지되었습니다. 이후 꾸준히 온라인 경마 시행 여론이 높았지만,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되었습니다. 이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인터뷰에서 올해 내로 발매를 허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마 경기가 개최되지 않으며 한국 경마 산업은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경마 경기 특성상 수많은 사람이 경마장에 모이는 탓에 경마 경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당초 예상보다 코로나 유행 기간이 길어지며 경마 산업은 크나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에 경마 온라인 베팅은 경마 산업 전반의 피해를 빠르게 회복하고 불법 경마 베팅 시장을 양지로 이끌어내는 한 편, 4차 산업 혁명 시기에 걸맞게 경마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정황근 장관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 논란이 되었던 마사회 온라인 경마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온라인으로 경마 베팅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밝히며, “경륜과 경정은 이미 온라인 발매 허용 법안이 통과된 상황인 데 반해 경마 시장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연내 시행을 목표로 계류 중인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 법안을 시행할 계획이라 언급했습니다.

2020년 8월부터 11월까지 국민의힘 정운천, 이만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윤재갑 의원 등 4명은 국내 말 산업 피해 복구와 불법 경마 베팅 시장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개정안에는 장외 발매소를 축소하고 경마 베팅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 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 11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 소위에 회부된 개정안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4차례 심사를 거쳤으나, 추가적인 안전장치 마련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에 따라 현재 계류된 상태입니다. 온라인 마권 판매 허용안을 포함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발의 의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0년 8월
21대 국회 최초 발의
김승남 의원
2020년 9월
건전화 방안 수립 운영위원회 운영 제안
윤재갑 의원
2020년 10월
불법 경마 관련자 처벌 강화 내용 포함
정운천 의원
2020년 11월
이용자 보호 의무 내용 추가
이만희 의원

농림축산식품부는 온라인 마권을 허용하며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꼽아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이는 정황근 장관이 발매 허용에 앞서 반드시 선결해야 할 조건으로 내건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아무나 경매 베팅에 참여해선 안 되며, 21세 이상의 성인만 참여하고 대면 가입을 의무화 하는 동시에 구매 금액을 낮추고 이용 시간 또한 줄이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섣불리 발매를 허용해선 안 되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기술적 · 제도적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발의된 개정안에 발 맞춰 아래와 같은 대책을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문제 해결책
청소년 도박 참여 우려
  • 대면 가입 의무화
  • 마권 구매시 생체 인식 활용
  • 이용 단계별 신원 검증 장치 강화
  • 실명 기반의 마권 구매
  • 전국 27개 장외 발매소 감축
이용자 과몰입 및 사행성 방지
  • 온라인 매출 총량 설정을 통해 발매 한도 관리
  • 구매 한도 준수
  • 온라인 구매 한도를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축소
  • 전국 27개 장외 발매소 감축
< 온라인 마권 발매에 따른 예상 문제와 해결책 >

특히 그간 아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사회 단체들이 철폐를 촉구했던 전국 27개 장외 발매소를 감축하기로 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장외 발매소는 오프라인에서 누가 접근하는지 알기 어렵고, 베팅에 참여할 수 없더라도 존재 자체가 청소년의 사행 심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건전한 경마 문화 정착을 위해 현행 수도권 21곳과 비수도권 6곳으로 운영되는 장외 발매소를 축소할 계획입니다. 온라인으로 마권을 발매하게 되면 장외 발매소의 역할이나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논란이 되었던 장외 발매소를 감축하기로 하며, 사회 단체들이 더 이상 반대할 명분 또한 사라졌다는 평가입니다. 정황근 장관 역시 이제는 사회 단체들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지금도 법안 통과에는 문제가 없지만, 추가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경마 산업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경마 산업

온라인으로 마권을 발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은 제법 오래 되었지만, 목소리에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뒤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의 경마장 출입이 금지되며 2020년 3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마가 사실상 중단되었고, 말 생산 농가와 경마 관련 산업 전반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2019년 말 기준 국내 말 산업 규모는 약 3조 3,000억 원으로, 한국 전체 농업 생산액인 50조 원의 7%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말 산업 종사자 역시 24,000명에 이릅니다. 2019년까지 매년 7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인 현금 수익원으로 각광 받은 경마 산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영업장 폐쇄로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매출이 1조 원에 머물렀습니다. 매출의 85% 가량이 급감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경마 주관 단체인 한국마사회는 물론 말 생산자, 마주(馬主), 기수와 조련사 및 말 유통업자, 경마 정보지 판매소 등 2,700여개 업체와 35,000명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상황입니다. 한국마사회 추정에 따르면 이 기간 경마 매출 손실액만 12조 6,000억 원에 달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마사회의 경마 수익금으로 운영되던 각종 세금과 기부금이 끊기며 경마 중단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2조 5,657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한국마사회가 경마 수익금으로 매년 1조 5,000억 원의 세금을 납부했고 100억 원 이상을 사회에 기부해 왔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및 온라인 수요가 폭증하였고, 여러 기업체가 오프라인 영업소를 감축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온라인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발매 허용을 위한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습니다.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경마 산업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온라인 마권 발매가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2004년 스포츠토토, 2018년 로또에 이어 경륜과 경정 역시 2021년 5월 온라인 투표권 발매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어 작년 8월부터 시행 중이므로, 경마 종목만 온라인 발권을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마사회 관계자는 “국내 말 산업 규모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마 산업이 위축되면 말 수요가 줄어들어 관련 인력 양성이 어려워지고, 투자 사업의 축소 및 중단으로 농어촌특별세와 축산발전기금이 줄어들어 축산 농가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하며, “온라인으로 마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외부 요인과 관계 없이 경마 경기를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게 되어 말 산업 육성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되는 등 국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김창만 회장은 “3년간 말 생산자들이 사업의 존폐 기로에 섰을 만큼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경마 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말 농가 생산자들의 생존이 안정되고 말 산업이 선순환 구조를 띌 수 있다”며 한 시 빨리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년도 경마장 장외 온라인 온라인 증가폭
1998년 10.0% 63.0% 27.0%
2001년 10.0% 56.0% 34.0% +7.0%
2004년 9.0% 49.0% 42.0% +6.0%
2007년 8.0% 44.0% 48.0% +6.0%
2010년 7.0% 38.0% 55.0% +7.0%
2013년 6.4% 33.1% 60.5% +5.5%
2016년 5.4% 29.4% 65.2% +4.7%
2018년 4.9% 26.3% 68.8% +3.6%
< 일본 경마 채널에 따른 매출 비중 차이 >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국내 경마 산업와 달리, 일본은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경마 산업의 구조가 빠르게 개편되며 코로나의 수혜를 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본은 온라인으로 경마 베팅에 나서는 사람들이 비중이 매년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한국마사회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영향이 한창인 2020년 매출은 2019년 대비 2.8% 증가하며 산업의 위기를 극복한 바 있습니다.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9년 70.5%에서 2020년 92.7%로 급증했습니다. 온라인 마권 발매를 추진하는 이들이 서둘러 발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불법 경마 산업을 양성화하기 위한 복안

불법 경마 산업을 양성화하기 위한 복안

정부가 빠르게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려는 데에는 불법 경마 베팅을 단속하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한국은 지나치게 강력한 사행 산업 제재로 인해 불법 시장 점유율이 8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장 출입이 금지되고 영업장조차 폐쇄되며 매출이 급감하자, 불법 경마 시장은 역으로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한국 불법 경마 시장의 규모는 약 6조 8,898억 원에 달하여, 7조 3,527억 원인 합법적인 경마 시장 규모의 9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불법 경마 시장의 경우 매출의 91%에 해당하는 6조 2,819억 원이 온라인 베팅을 통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마사회가 민주당 김승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폐쇄된 불법 경마 베팅 사이트는 총 35,839개에 달합니다. 불법 경마 신고 건수 또한 2017년 1,106건에서 2020년 2,732건으로 2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사설 토토사이트 시장 규모가 일찌감치 스포츠토토 시장 규모를 압도하고 있는 스포츠 베팅 시장에 비하면 덜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불법 경마 시장이 합법 경마 시장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독일 및 일본과 홍콩 등 주요 국가는 이미 온라인으로 경마 베팅이 가능합니다. 온라인으로 경마 베팅 참여가 가능할 경우 불법 경마 시장을 양성화할 수 있고, 양성화된 불법 경마 시장을 관리 · 감독하여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경마 시장에 재투자하여 말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는 선택이 아닌 필수 선택이라는 지적입니다. 영국의 정부 부처 중 하나인 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사행 산업에 대한 과다한 통제가 역으로 불법 사행 산업의 성장을 자극하여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꼬집으며 온라인 경마 베팅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 싱가포르 내무부 역시 온라인 베팅에 대한 규제가 소비자를 불법 베팅 시장으로 유도하는 요인이라는 이유로 온라인 경마 베팅을 합법화 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경마 베팅이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통계적으로 입증된 바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사행 산업에 온라인 베팅을 허용한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온라인 베팅 허용 이후 불법 사행 산업 시장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14년 영국의 사행 산업 컨설팅 전문 회사인 GBGC(Global Betting & Gaming Consultants)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사행 산업 중 불법 시장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영국의 1.8%는 물론 21.5%의 프랑스, 29.4%의 일본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치입니다.

한국의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엄격한 사행 산업 규제가 불법 시장을 역으로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현재,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 조치는 불법 경마 시장에 대항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온라인으로 마권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경우 실시간 구매자와 구매 액수 및 횟수 등을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집계 가능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행성 확산 방지나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불법 경마 시장 참여자를 양지의 제도권으로 흡수하여 도박 중독과 세금 탈루 같은 사회적 폐단도 방지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물론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불법 경마 시장 단속을 위해 2017년 160명에서 2020년 129명, 2021년 90명까지 줄어든 한국마사회 불법 경마 단속 인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불법 경마 사이트 폐쇄 건수가 2017년 2,134건에서 2020년 7,505건으로 폭증하는 등 불법 경마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사이버 단속 인원을 현재 18명에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온라인 경마 베팅이 기울어진 경마 산업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한 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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