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사람을 모집하여 사설토토 사이트에서 대신 베팅하는 대리 베팅, 이른바 ‘댈토’가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리 베팅을 이용한 청소년들의 불법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청소년들의 스포츠 베팅 중독과 같은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토토사이트 대리 베팅이 성행하며 이로 인한 피해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리 베팅이란 말 그대로 대신 베팅을 하는 것으로, 토토사이트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금전을 받고 대신 베팅한 뒤에 당첨금을 배분하는 행위로, 통상 SNS상에서 대리 토토의 준말인 ‘댈토’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의뢰인 A가 대리 베팅 업자 B에게 원하는 만큼 금액을 보내면, B는 A가 송금한 돈으로 사설토토 사이트에서 베팅을 합니다. 베팅 결과가 적중하여 수익금이 발생할 경우 10%~25%의 수수료를 본인이 취하고 나머지 금액을 A에게 다시 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 ‘댈토’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대리 베팅 관련 내용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대리 베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자들의 광고 게시물입니다. 이들은 ‘미성년자도 가능’, ‘소액 용돈벌이’ 등의 광고 문구로 청소년들이 적은 돈으로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하여 대리 베팅에 나서도록 유혹합니다. 업자들의 광고 뿐만 아니라 이용 후기도 범람하고 있습니다. ‘댈토’가 정상적으로 완료되었다는 글이나 인증 사진 등입니다. 3만 원으로 베팅을 시작하여 당첨금을 불려나가 최종적으로 120만 원을 획득했다는 의미인 ‘3출 120마감’ 등의 문구가 많은 것으로 보아, 댈토 광고 업자들의 거짓 후기 글로 의심됩니다.
대리 베팅은 스포츠토토를 포함해 모든 스포츠 베팅 이용이 금지되어 있는 청소년들이 불법적으로 사설토토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리 베팅을 이용한 금전 사기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대신 베팅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에 잠적하는 먹튀 행위도 빈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먹튀 행위가 벌어져도 피해자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탓에 본인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신고조차 하지 못 하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 하고,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피해자들은 사기 피해를 당해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 하고, 온라인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인 ‘더치트’ 등을 이용하며 소극적인 대처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 하는 점을 이용해 대리 베팅을 빙자한 사기 피해가 점차 늘어나는 중입니다.
‘댈토’ 피해를 호소하는 글은 SNS 뿐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빗발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주로 미성년자로서, 피해를 호소하면서도 사기 피해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본인도 법적 처벌을 받을지 걱정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사기 수법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대리 베팅을 위해 돈을 입금하면, 업자는 돈을 더 많이 불릴 수 있다거나 규정상 출금을 위해 더 필요하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피해 사실이 늘어나는 점을 악용한 업자들의 트위터 대리토토 광고 글까지 늘어나 충격을 더합니다. 한 대리 베팅 업자는 “대리 베팅 사기 피해자 분들은 연락을 주시면 구제해 드리겠다”고 말하며, 사기 피해자 여러 명을 구한 본인들을 믿으라는 식의 광고 문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리 베팅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힌 사람에 따르면, “불법 사설토토 대리 베팅은 90% 이상이 돈을 가로채는 사기”라며 큰 돈의 유혹에 약한 미성년자를 주요 타겟으로 삼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성년자 대리 베팅 업자까지 있으며, 대리토토 디스코드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대포 통장이나 이체 알바를 사용하기 때문에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리 베팅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댈토’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북경찰청은 SNS를 이용한 대리 베팅의 경우 사기 피해 우려가 있다면서, 사기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주저 없이 업자의 SNS 계정과 대화 내역, 이체 계좌 번호 및 입금 내역 등을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토토 대리입금 주체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처벌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온고을 정우진 변호사는 “돈을 받고 잠적할 경우 댈토 업자는 사기죄로 처벌 받으며, 대포 통장을 사용할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도 추가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설 토토사이트 대리 베팅으로 획득한 수익금을 업자와 나눠 가질 경우 의뢰인 역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공범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소년들의 사설토토 대리 베팅 문제의 근원에는 청소년에게 깊숙이 침투한 불법 스포츠 베팅 문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SNS를 통해 스포츠 베팅에 무방비로 노출된 많은 청소년들이 불법적으로 사설토토를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사설토토는 연령 제한을 위한 별도의 확인 절차나 휴대폰을 통한 본인 인증 없이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성인과 미성년자를 구분하여 운영할 만한 시스템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행법상 청소년은 스포츠토토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 베팅이 일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지정한 스포츠 베팅 사업자가 운영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즉 스포츠토토 외의 다른 사설 토토사이트는 제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스포츠 베팅을 즐기는 청소년이 스포츠 베팅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2022 사행 산업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도박 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만 20세 이상 성인은 5.5%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1회 10만 원 이상 구매가 불가능한 스포츠토토와 다르게, 사설토토는 베팅 금액 제한이 없어 큰 돈을 벌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중 2년간 사설토토를 이용했다는 유모씨(21)는, “처음에 친구가 알려줘 사설토토를 접하게 되었고, 스포츠토토보다 배당률이 높아 돈을 벌기 위해 베팅을 시작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욕심에 매일 베팅을 하다 보니 스포츠 베팅 중독에 빠지고 말았고, 남은 것은 3천만 원에 달하는 도박 빚이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에 토토사이트 광고가 범람하며 스포츠 베팅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청소년들의 수가 점차 많아지는 동시에 처음 접하는 연령대 역시 낮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웹툰 사이트인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 웹툰’의 이용자 중 50%가 넘는 비율이 10대와 20대임을 감안하면, 불법 웹툰 사이트 이용자들 중에 청소년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추측이 어렵지 않습니다. 불법 웹툰 사이트에 광고하고 있는 사설토토 업체들은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기만 해도 공짜 현금을 의미하는 ‘꽁머니’를 준다며 베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혹하고 있습니다.
SNS를 이용해 사설토토 사이트를 접하는 청소년이 많아지며 당국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난감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김포경찰서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는 “사설토토 사이트는 대개 해외 IP를 이용하기 때문에 접속을 차단하는 것 외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접속을 차단하더라도 도메인을 바꾸거나 사용자들이 차단을 우회하여 접속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사후약방문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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