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코리아가 누적된 적자로 비상경영에 돌입했습니다. 스포츠토토가 국내 스포츠 베팅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스포츠토토 최고 인기 게임인 프로토를 비롯하여, 2012년 2조 8,435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해마다 증가하여 2022년 5조 8,090억 원에 달해 6조 원에 육박하는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와 같은 성과에 의해 스포츠토토 발행의 주 목표인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 액수만 1조 7,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정작 스포츠토토 사업의 주체이자 체육진흥투표권 위탁 사업자인 스포츠토토코리아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째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포츠토토코리아는 작년 9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했습니다. 스포츠토토코리아 송영웅 대표는 작년 8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내 인터넷에 글을 올려 경영진 및 임원의 급여를 자진 반납하는 비상경영 1단계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이유는 인건비로 인한 영업 적자 탓입니다. 2021년 사무직 인건비는 총 136억 원으로, 스포츠토토 수탁 사업자 입찰 당시 책정한 인건비 예산인 99억 원에 비하면 37억 원이나 초과한 금액입니다. 부족한 금액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조달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차기 스포츠토토 입찰 성공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입니다. 다음 번에도 스포츠토토 수탁 사업자 선정된다면, 그동안의 손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연 지난 해 말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되며, 2025년 7월부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를 직접 운영하게 되자 상황이 꼬이고 말았습니다. 발행 사업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직접 운영할 경우, 다음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스포츠토토코리아에 위탁할 일도 없으며 입찰 과정조차 사라지게 됩니다.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스포츠토토의 마지막 수탁 사업자가 되는 것입니다. 차기 사업자 입찰을 명분으로 내걸고 주주들의 자금을 끌어모은 스포츠토토코리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인 셈입니다. 스포츠토토 공영화로 인해 추가 자본 증자나 금융권 차입 등의 자금 조달 창구마저 막혀 버렸으며, 어찌 인건비를 조달한다 해도 누적된 적자는 상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갈 수록 악화되는 상황 속에 퇴사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토토 사업을 시작할 때 200명 가량이었던 직원은 현재 157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15명이 퇴사했습니다. 현재의 경영난이 심화될 경우 인력 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국민체육공단은 스포츠토토 사업을 통해 작년 한 해에만 6조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2022년 매출은 총 6조 3,310억 원으로, 5조 3,470억 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18.4% 증가했습니다. 특히 전체 매출 중 스포츠토토 사업 분야의 매출은 5조 6,195억 원으로, 자그마치 88.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설토토 사이트가 범람하는 탓에 스포츠토토가 위축된다는 평가도 있지만, 10년간 2배로 성장할 만큼 객관적인 매출 자체는 꾸준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의 대부분을 조성할 만큼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스포츠토토 사업의 위탁 사업자는 정작 수십억 원의 인건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경영난을 겪는 근본적인 원인은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최초 입찰 당시 입찰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를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채 1%가 되지 않는 초저가 수수료율을 제시하며 제 살을 깎아 먹는 경쟁에 나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지난 3년 동안 스포츠토토 사업이 파행을 겪지 않도록 공단이 승인한 평균 100억 원의 사무직 인건비보다 35억 원 가량을 추가 지급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손실을 감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예산 과목의 지급 기준이 위탁 사업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일일이 명시해 놓은 것 역시 독이 되었습니다. 작년 스포츠토토코리아의 선수단 운영비, 시스템 유지 보수비는 공단의 승인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 지출되었으나, 돈이 남아도 모자란 곳에 사용할 수 없는 구조 탓에 남은 돈은 모두 공단으로 귀속되었습니다. 순수 위탁 운영비 안에서 시스템 유지 보수, 전용 망 사용로, 마케팅 비용 등의 정산 비용은 금액이 남을 경우 인건비나 사업 운영비 등의 비정산 항목으로 이월이 불가능하여 기금에 납입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부족한 인건비를 계속 자체 조달하게 될 경우 총 120~150억 원의 누적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스포츠토토코리아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을 대상으로 사업 예산안 조정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입찰 당시 세운 5개년 비용 집행 계획을 지난 2년간의 실제 집행 실적에 맞춰 다시 조정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아울러 새로운 추가 사업에 대한 별도 비용을 인정하고, 순수 위탁 운영비 중 사용 후 남은 정산 비용을 기금에 납입하지 않고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요구했습니다.
급기야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 사업자간 계약 항목 중 일부 불합리한 계약 조항을 조정해 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2023년 1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가 모여 회의를 진행했고, 지난 3월 최종 조정안을 도출했습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수탁 사업자의 누적 적자가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판단하여 조정안에 동의했습니다. 조달청 역시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은 최초 수탁 사업자 선정시 맺은 계약에 대한 변경이 아니므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승인하면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문제는 합의한 조정안의 핵심 당사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입니다. 공단은 최초 3월 조정안 도출 당시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며 서명을 미뤘습니다. 이어 4월 열린 이사회에서 역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결을 보류하여 조정안에 서명하지 못 했습니다. 이렇게 차일피일 서명을 미루며 시간이 흐르는 사이, 스포츠토토코리아는 6월부터 직원들의 급여 삭감 및 희망 퇴직을 진행하고 근로 시간을 단축할 만큼 경영난이 심화되었습니다.
물론 공단 또한 현재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계약법상 체결된 계약 내용과 예산을 수정하려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조정안에 섣불리 서명할 경우, 초저가 수수료를 내세워 입찰에 나선 뒤 계약을 변경하려는 업체들에게 나쁜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최근에는 감사원이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며 서명은 더욱 미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공단 관계자는 “수탁 사업자가 처한 경영난은 입찰 당시 수수료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며, “사전 입찰 조건으로 명시된 정산 비용을 수정할 경우 다른 입찰 사업자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발매 시스템 확대 등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미 다른 정부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조달청까지 결정한 사안에 대하여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반 년 가까이 결정을 미루면 미룰 수록 고통이 늘어나는 것은 수탁 사업자입니다. 누적 적자가 이미 40억 원을 넘어선 스포츠토토코리아는 경영난에 직원들이 퇴사하고 있고, 공단이 스포츠토토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2년 후에는 공단에 흡수되어 같은 식구가 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모른 척 하지 말고 하루 빨리 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단의 결정이 계속 미뤄진다면 잠재적으로 스포츠토토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스포츠토토코리아 관계자는 “지금의 경영난이 지속될 경우 전문 인력이 유출되어 스포츠토토 사업 공영화 준비와 인수 인계 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하며 “돌이킬 수 없는 파행 운영으로 치닫기 전에 사업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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