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경마 산업 관련 종사자들의 숙원이었던 온라인 마권 발매가 마침내 허용되었습니다.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안을 포함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2023년 5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2009년 7월 20일 금지 이후 14년만에 부활하는 셈입니다. 이제 갓 법안이 통과한 만큼 아직은 시범 운영 기간을 통해 허점을 보완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나가야 하지만, 6개월간의 시범 운영 기간이 끝나면 2024년부터 온라인 마권 발매가 전면 허용될 예정입니다. 온라인경마시행에 앞서 온라인 발권을 운영해 온 파워볼 등의 복권 산업과 스포츠토토, 경륜 및 경정의 사례를 참고하여 지속적인 개선과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009년 7월 20일부터 PC와 모바일, ARS 및 텔레벳(Telebet, 직원과 통화하여 베팅)을 포함한 모든 온라인 베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당시 지나친 사행성을 우려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경마 산업의 확대를 막기 위해, 온라인 경마 베팅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법적 근거가 미약했던 당시의 온라인 경마 베팅은 이로 인해 폐지되었습니다. 이후 경마 산업 종사자들이 온라인 마권 발매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호소하였고, 무려 14년만에 한국마사회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 마권 발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시대적인 요구에 부합하는 베팅 방법입니다. 한국 경마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경마장에 관객 출입이 금지되며 사실상 모든 경마 산업이 중단되었습니다. 온라인 베팅이 금지된 상황에서 경마장 방문을 통한 오프라인 베팅이 유일한 방법인데, 오프라인 방문이 제한되니 경마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입니다. 이로 인해 말 농가와 말 관리 산업 종사자, 마주(馬主)를 비롯한 경마 산업 종사자들 모두 심각한 위기에 처했습니다.
온라인 마권 발매 시스템이 가능했다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위기였지만, 온라인 베팅이 금지된 탓에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타를 맞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경마를 즐기던 사람들이 중단된 한국 경마를 멀리 하고 해외 경마 베팅이 가능한 토토사이트를 이용하는 바람에 불법 경마 산업의 시장 규모가 코로나 기간 급속도로 팽창했습니다. 온라인경마사이트의 범람으로 많은 사람들이 국내 경마에서 눈을 돌린 탓에,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에도 국내 경마 산업은 회복세가 더딘 편입니다. 사람들이 국내 경마 시장보다 발달한 해외 경마에 눈을 돌린 것과, 온라인 경마게임으로 온라인 경마 베팅을 접한 이들이 오프라인 경마장으로 향하지 않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온라인 마권 발매는 코로나 기간 침체된 한국 경마 산업이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또다른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지금, 코로나 기간 불법 경마 사이트로 대거 이동한 이용자들을 다시 한 번 합법 경마 베팅 시장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효과적인 온라인 발권 시스템을 정비하여 베팅 한도를 마련하고 미성년 및 차명 베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여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예상되는 부작용 역시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경마 산업의 재도약이 기대되는 지금이야말로 말 생산자들은 더욱 우수한 경주마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경마 산업 종사자들은 더욱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야 합니다. 특히 한국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 시스템을 다듬어 고객에게 한결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경마 베팅을 즐기는 사용자들의 평균 연령을 낮추는 데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국 경마 베팅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기존 고객층의 연령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규 고객의 유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삶의 모든 영역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이동한 현재 온라인 베팅이 금지되어 있는 경마 베팅은 젊은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마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젊은이들이 온라인 마권 구매로 손쉽게 베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경마 산업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5월 6일 갑작스런 폭우가 닥치자 한국마사회는 경주로 불량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우려하여 서울의 모든 경주를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폭우가 닥쳤다 하더라도 경주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수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다면 경주 전면 취소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평균 강우량이 많아 모래 주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비에 경주가 자주 취소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경마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MZ세대들이 서울 과천 렛츠런파크 경마장을 방문하기 시작하거나, 가족 단위로 경마 경기를 관람하려는 추세가 눈에 띄는 만큼 한국마사회는 쾌적한 경기장 시설과 건설적인 경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경마를 단순히 베팅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축구 경기를 관람하듯 경마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경우 온라인 마권 발매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물론 경마 산업이 유지될 수 있는 핵심 사업 분야는 바로 베팅이므로, 베팅에 대한 전향적인 관점도 필요합니다. 복잡한 경마 베팅의 방식을 단순화하여 신규 유입된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다양한 베팅 방식을 도입하여 전문적으로 베팅을 즐기는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경마 베팅 방식, 즉 승식(勝式)은 대략 7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단승식과 연승식은 판매량이 급감하는 중이며, 가장 최근 도입된 삼복승식과 삼쌍승식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중입니다. 특히 삼복승식은 지난 2009년 4월부터 서울과 부산경남경마장과 특별경주를 대상으로 시행되어 2010년부터 전 경기에 확대 적용되었습니다. 2016년 6월 10일에는 삼쌍승식이 새로 시행되어 가장 역사가 짧은 마권 구입 방식이지만, 복승식과 삼복승식에 이어 매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객의 흥미와 수요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승식을 적극 개발하고, 시행 후 고객의 반응을 살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경마 베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처럼 경마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들은 끊임 없이 다양한 경마 베팅 방식을 개발하여 매출액이 정체되지 않고 긍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단승식의 인기가 가장 높은 만큼 단승식을 변형한 베팅 방식이 크게 발달한 편입니다.
한국 역시 2014년 서울 경마장에서 ‘Top7 적중 이벤트’, ‘특별승식 Double & Pick 6’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고 2015년 부경 경마장에서 ‘Pick 6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특별승식 이벤트를 개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승식이 고착되지 않은 채 이벤트에만 머물러 베팅 방식에 불만을 가진 기존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한국마사회는 신규 젊은 고객들의 활발한 유입과 세대간 베팅 방식의 차이 등을 연구하여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승식 개발에 열중해야 합니다.
경마 승식 베팅의 개선은 온라인 베팅의 선배격인 스포츠토토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마권 발매가 허용된 경마는 온라인 베팅을 위해 대면가입을 의무화하고, 마권 판매 가능 연령을 만 21세로 정했으며 경주당 베팅 금액 역시 5만 원으로 제한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베팅 금액 상한선이 5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는 점은 스포츠토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스포츠토토는 프로토(proto)와 토토(toto)를 구분하여 각각의 승식에 따라 베팅 한도를 적용합니다. 즉 1개의 회차 내에 다음과 같이 6회의 베팅이 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스포츠토토에서 각 승식에 따라 베팅 한도를 적용하듯, 7개의 승식을 운영하고 있는 경마 역시 각각의 승식에 베팅 한도를 적용한다 해도 이상할 것 없습니다. 1개의 경주에 단승식 5만 원, 복승식 5만 원, 삼복승식 5만 원과 같이 개별 승식에 5만 원 베팅 한도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스포츠토토와 경마 온라인 베팅에 차별점을 두는 것이 경마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차별적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함께 스포츠토토를 복권과 함께 묶어 관리하고, 경마는 경륜과 경정과 같은 ‘경주류’로 분류하여 정책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포츠토토는 ‘체육진흥투표권’이란 이름의 복권으로 발매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마를 스포츠 산업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과 반대의 행보입니다.
경마는 전세계 스포츠 경기의 집합인 올림픽(Olympic)의 한 종목이며, 세계 120여개 국가에서 시행 중인 글로벌 스포츠 산업입니다. 특히 ‘서러브레드(Thoroughbred)’라는 단일 혈통의 경주마로 경주를 벌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국가간 경쟁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경주마를 분석할 때 어떤 부모 말에게서 태어났는지, 어떤 목장에서 관리되고 육성되었는지, 어떤 조교를 통해 훈련 받았는지 여부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과 추리가 필요한 종목입니다. 한국마사회는 경자 산업 종사자들과 함께 이번 온라인 마권 발매를 기회로 지난 코로나 기간의 침체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경마 산업을 일궈내기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모든 초점을 고객에게 맞춰, 새로운 젊은 고객을 수혈하고 온라인 베팅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여 한국 경마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고객이 없는 경마 스포츠는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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