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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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

미국 최고의 콘텐츠 기업인 월트 디즈니(Walt Disney)가 스포츠 베팅 산업에 본격 진출할 예정입니다. 디즈니 산하 계열사이자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사인 ESPN은 8월 8일 온라인 스포츠 베팅 업체 펜 엔터테인먼트(Pen Entertainment)와 10년간 15억 달러(1조 9,753억 원)에 달하는 메가톤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펜 엔터테인먼트는 자사가 운영하는 스포츠 베팅 사이트 ‘바스툴 스포츠’를 ‘ESPN 벳(BET)’으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단장할 계획입니다.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 소식을 접한 미국 토토사이트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SPN을 통해 스포츠 베팅 산업에 본격 진출한 디즈니

지난 8일 월트 디즈니의 계열사 ESPN과 카지노 사업자인 펜 엔터테인먼트는 스포츠 베팅 플랫폼 ‘ESPN 벳’을 공동 제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펜 엔터테인먼트는 기존에 제공한 스포츠 베팅 플랫폼 ‘바스툴 스포츠(Barstool Sports)’를 ‘ESPN 벳(Bet)’으로 다시 브랜딩하고, 올 가을까지 스포츠 베팅 라이센스가 있는 미국 16개 주에서 ‘ESPN 벳’을 출시합니다. 이를 통해 디즈니는 자회사 ESPN을 통해 총 600억 달러(79조 9,2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스포츠 베팅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스포츠 업계에서 ESPN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이번의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은 미국 전체 온라인 스포츠 베팅 산업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계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펜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전략적 제휴로 ESPN에 10년간 15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며, 브랜드 구축과 홍보 및 라이브스코어 등의 권리를 위해 10년 동안 펜 엔터테인먼트의 주식 3,180만 주를 매입할 수 있는 5억 달러(6,660억 원) 상당의 주식 매입 옵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ESPN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펜 엔터테인먼트의 권리는 10년 뒤 상호 합의에 따라 10년 더 연장될 수 있습니다. ESPN 회장 지미 피타로(Jimmy Pitaro)는 “최초 협약 기간 3년이 끝나면 펜 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서 의결권이 없는 이사를 지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펜 엔터테인먼트는 ESPN 벳 플랫폼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완벽한 파트너”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펜 엔터테인먼트는 기존의 바스툴 스포츠를 창립자 데이트 포트노이(Dave Portnoy)에게 다시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바스툴 스포츠의 향후 수익금 50%를 지불할 예정입니다. 펜 엔터테인먼트는 과거 2020년 2월 1억 6,300만 달러에 바스툴 스포츠의 지분 36%를 인수했으며, 2023년 2월 3억 8,800만 달러에 나머지 64% 지분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인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와 초대형 계약을 맺기 위해 바스툴 스포츠를 버렸다는 점에서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이 얼마나 큰 파괴력을 지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 소식이 알려지자 주식 시장 역시 요동쳤습니다. 이번 계약 합의 소식에 펜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10.99% 오른 27.57달러를 기록했고, 미국의 또다른 토토사이트이자 펜 엔터테인먼트의 경쟁자인 ‘드래프트 킹스(Draft Kings)’ 주가는 9.16% 하락한 28.81달러로 마감했습니다. 미국 최대의 콘텐츠 사업자인 디즈니가 펜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하여 스포츠 베팅을 제공하면 다른 스포츠 베팅 업체들의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된 움직임입니다.

ESPN 수익성 제고를 위한 고육지책

ESPN 수익성 제고를 위한 고육지책

이번에 이루어진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은 디즈니의 캐시카우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ESPN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디즈니가 1996년 EPSN 지분 80% 가량을 인수한 이후 ESPN은 디즈니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해 왔습니다. 축구와 농구, 야구 등 세계적인 스포츠 산업을 보유한 미국은 전세계에 스포츠 중계권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미국 최고의 스포츠 중계 전문 케이블 채널인 ESPN을 보유한 디즈니는 이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으로 디즈니플러스(Disney+)와 같은 스트리밍 OTT 서비스를 구축하고 마블(Marvel), 루카스 필름(Lucas Film), 21세기 폭스(21 Century FOX) 등을 인수하여 초대형 콘텐츠 제작사의 위용을 갖췄습니다.

ESPN과 자매 채널이 디즈니에게 안겨주는 수익 자체는 여전히 훌륭한 수준입니다. 올해 상반기 ESPN의 매출은 140억 달러(18조 6,480억 원)로, 영업 이익만 30억 달러(3조 9,960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감소세입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수치이며, 영업 이익은 무려 29%나 감소했습니다. 이에 지난 6월에는 20명 가량의 해설자를 해고하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감소세로 돌아선 수익을 다시 회복할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ESPN의 콘텐츠 업계가 전통적인 케이블TV 시장에서 OTT 시장으로 재편되며 지속적으로 가입자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시장 분석 업체 모펫 네이선슨(Moffett Nathans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케이블TV 가입자는 231만 명이나 감소했습니다. 1분기 말 전체 가입자 수는 7,550만 명으로, 매일 25,600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감소한 것이며 매년 7% 가량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판단한 디즈니는 ESPN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디즈니 밥 아이거(Robert Allen Iger) CEO는 애플(Apple)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스포츠 케이블 사업 부문을 스포츠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전환하여 콘텐츠를 배급하는 것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톰 스태그스(Tom Staggs)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메이어(Kevin A. Mayer) 전 최고전략책임자(CSO)에게 ESPN 수익성 개선을 위한 컨설팅 자문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디즈니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유지하고 나머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ESPN 지분을 사들일 기업이 없는 것이 걱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펜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통해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디즈니 관계자는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에 대하여 “스포츠 팬들에게 매력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은 다른 여러 스포츠 베팅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한 결과로, 최고의 스포츠토토 사이트인 펜 엔터테인먼트가 다른 어떤 경쟁 업체보다 좋은 제안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을 둘러싼 논란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을 둘러싼 논란

그러나 이번에 이루어진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디즈니는 세계 최대의 콘텐츠 공급 업체로,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 육성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입니다. 디즈니는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애니메이션은 물론, 디즈니를 통해 공급하는 모든 콘텐츠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유명합니다. 제작자들에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강요하기도 하여 논란이 될 만큼 가족 친화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디즈니가 스포츠 베팅 산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기업의 방향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입니다. 2018년 미국 대법원이 스포츠 베팅 합헌 결정을 내린 뒤로 미국의 각 주 정부가 경쟁적으로 스포츠 베팅을 허용하며 미국 전역에 스포츠 베팅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스포츠 베팅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스포츠 베팅 중독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 공급에 열을 올리던 디즈니가 스포츠 베팅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ESPN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택한 개선책이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쳐 디즈니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ESPN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스포츠 베팅 산업이 활발한 미국에서 ESPN 베팅의 영향력이 커질 수록 디즈니는 앞뒤가 안 맞는 콘텐츠 정책으로 기업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하여 ESPN은 “책임감 있는 게임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스포츠 팬들에 대한 교육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훌륭한 캐시카우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ESPN을 살리기 위한 디즈니 스포츠 베팅 산업 진출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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