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베팅 게임의 지나친 사행성을 억제하고 불법 베팅 가능성을 막기 위한 규제 법안이 올해 일몰(효력 상실)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와 규제 당국은 머리를 맞대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새로운 규제 시행령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스포츠 베팅 게임 산업 육성과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가 규제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업계는 조심스레 규제 완화 가능성도 점치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연간 20조 원을 넘어서는 불법 스포츠 베팅 시장 규모는 합법 스포츠토토 시장 규모를 4배나 높습니다. 이에 불법 스포츠 베팅 시장에 대한 제재와 동시에 불법 베팅 시장 이용자들을 합법 베팅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행 프로토 게임 등의 합법 스포츠토토는 낮은 배당률과 적은 경기 수, 실시간 베팅이 불가능한 구조 등 여러 불만 요소에 의해 사용자들의 이용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이에 한 경기 구매 옵션(싱글)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사용자들이 스포츠토토보다 불법 스포츠배팅사이트를 이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따라서 스포츠토토보다 더 자유로운 베팅과 높은 배당률 설정이 가능한 스포츠 베팅 게임은 불법 스포츠 베팅에 대항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스포츠 베팅 게임이란 합법적인 허가를 받아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는 게임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포츠토토와 동일한 개념이지만, 베팅 후 획득한 당첨금을 현금으로 환전할 수 없다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무료로 주어지는 게임 머니 외에 법적 규제 안에서 허용하는 만큼 게임 머니를 유료 구매할 수 있으며, 보유한 게임 머니로 베팅을 이용한 뒤 획득한 당첨금은 게임 머니로만 존재하여 다음 베팅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포라이브 혹은 스코어888 등의 업체가 스포츠 베팅 게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획득한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불법 환전상이 존대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스코어888 환전방법을 검색하기만 해도 사용자의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전환해준다는 불법 환전 사업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게임 제공 업체들은 불법 환전상의 활동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불법 환전상을 근절할 수 없다 보니 게임 자체에서 불법 환전 자체를 억제할 만한 여러 법적 규제가 주어지는 상황입니다.
스포츠 베팅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 논란의 핵심은 사행성과 유료화 모델(Business Model)입니다. 작년에 이루어진 규제 완화로 인해 스포츠 베팅 게임과 웹보드 게임의 월 구매 한도가 기존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상향되긴 했지만, 아직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스포츠 베팅 게임 업체들의 입장입니다. 스포츠 베팅 게임 업체들은 합법적인 스포츠 베팅 게임의 활성화가 사설 토토사이트 이용자를 흡수하여 불법 스포츠 베팅 시장을 억제하는 데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구분 | 스포츠토토 | 토토사이트 | 스포츠 베팅 게임 |
---|---|---|---|
배당률 | 낮음 | 높음 | 중간 |
제공 경기 수 | 적음 | 많음 | 중간 |
출금 환전 | 가능 | 가능 | 불가 |
실시간 베팅 | 불가 | 가능 | 불가 |
운영 | 합법 | 불법 | 합법 |
하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스포츠 베팅 게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스포츠 베팅 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순간 합법의 탈을 쓴 불법 스포츠 베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것입니다. 업계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스포츠 베팅 게임을 두고 벌이는 대립의 핵심은 사행성 여부입니다. 업계는 현행 법적 규제에 때라 게임머니를 현금화할 수 없고, 베팅 한도 역시 법정 한도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사행성 측면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합니다. 반면 게임물등급위원회는 등급을 분류(게임물 허용)할 경우 게임 업체들이 즉각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여 불법 행위가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걱정합니다. 스포츠 베팅 게임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이미 실제 스포츠토토 등의 실제 스포츠 베팅과 유사하여 유료화 모델이 사행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스포츠 베팅 게임과 웹보드 게임 업계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더 큰 걱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대체불가능토큰(NFT)를 도입할 경우 게임 머니를 NFT로 교환하여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환전이 가능해지는 데다 불법적인 자금 세탁 용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게임 머니를 환전할 수 없도록 하는 현행 규정은 게임물관리위원회 입장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규제 당국도 업계의 목소리를 마냥 외면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GUCC)는 지난 5월 12일 부산시 해운대구 게임물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베팅성 게임물 사후관리 설명회’를 개최하여 사업자를 대상으로 베팅성 게임물의 사행화 방지 및 모니터링 활동 내용을 알리고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율적 규제 준수를 독려했습니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는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스포츠 베팅 게임에 대한 규제는 게임 머니를 실제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불법 환전상 등 규제를 악용하고 우회하는 이들로 인해 점차 촘촘해지는 추세입니다. 불법 사업자들이 발을 딛을 수 없도록 2중, 3중 규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작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스포츠 베팅 게임 제작사들이 규제에 발이 묶여 혁신을 꾀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작년 개정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은 스포츠 베팅 게임의 1회 베팅 한도를 5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월 베팅 한도를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상향했습니다. 덕분에 스포츠 베팅 게임 업체들의 숨통이 트였고, 올해는 규제 시행령 일몰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행령 일몰이 가까워지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규제 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2024년 1월부터 적용될 새로운 시행령 규제를 발표합니다. 일몰 이후 새롭게 마련될 시행령에 담긴 규제가 완화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올해 내 불법 스코어888 머니상(환전상) 등 사행성 관련 논란이 벌어질 경우 규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이승훈 센터장(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은 이번 설명회를 통해 “2012년 시행령 규제가 생겨난 이후 2014년 대폭적인 규제 강화로 많은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고 말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스포츠 베팅 게임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사행성 문제들이 있는 탓에 규제 장치가 없을 수는 없지만, 대형 업체 외의 중소 규모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명회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최충경 사무국장은 “스포츠 베팅 게임에 대한 사무관리는 게임이용자보호센터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규제 시행령 일몰을 앞두고 사업자들의 의구심이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말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김범수 자율지원본부장은 “시행령 개정에 관한 의견이 있다면 위원회가 검토하여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겠다”며 사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 별표 2 > 제8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베팅이나 배당의 내용을 모사한 카드게임, 화투놀이 또는 스포츠 승부 예측 게임 등의 게임물을 제공하는 게임제공업자는 다음 각 목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스포츠 베팅 게임과 웹보드 게임을 제공하려는 사업자들은 이번 설명회를 통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사업자들이 준수해야 할 시행령 규정은 사행성 방지와 불법 사업자들이 악용할 여지를 없애기 위해 2중, 3중 규제를 가하며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머니를 불법으로 환전해주는 사업자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불법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되, 이로 인해 자율적으로 규제를 준수하는 합법 사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현명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베팅 게임의 월 베팅 한도는 70만 원인데, 이는 계정이 아닌 1인 기준입니다. 따라서 한 명이 몇 개의 계정을 개설하든 상관 없이 통합 70만 원을 계산하여 적용해야 하는데, 1인의 모든 계정을 찾아 통합 산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른 명의를 통해 계정을 개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암호 화폐와 같은 가상 자산까지 포함해야 하므로, 금융 거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스포츠 베팅 게임 사업자 입장에선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 자율지원본부 박우석 선임은 규정을 협소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규제 항목을 보면 1회 베팅 한도는 총 베팅 한도의 10분의 1을 초과할 수 없으므로, 1회 베팅 한도는 결국 7만 원이 됩니다. 문제는 1회 베팅 한도를 포괄 적용하기 때문에 게임 종류에 따라 일괄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포커와 같은 웹보드 게임은 적용이 간단합니다. 하지만 스포츠 베팅 게임은 여러 개의 경기를 묶어 한 번에 베팅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러 경기에 대한 베팅 한도가 7만 원이 됩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베팅이 미적중일 경우 손실 금액 한도 또한 7만 원으로 설정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베팅 금액에 보너스로 제공하는 무료 게임 머니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베팅 금액 전체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선 무료 보너스를 제공하는 행위가 곧 사용자의 추가 결제를 막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불법 환전상을 막기 위해 게임 이용 중에 상대를 선택할 수 없게 한 규제도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상대를 지정할 수 있게 되면 환전상을 지정하여 불법 환전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규제 당국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조항입니다. 무료 게임 머니만 사용하거나 베팅 금액이 3,500원을 넘지 않을 경우 상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상대를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 게임을 함께 즐기고 싶은 지인들의 이용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건전한 스포츠 베팅 게임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사업자들의 의견이지만, 규제 당국은 산업 육성보다 불법 도박을 억제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설명하며 아쉬움을 더했습니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 고동희 연구원은 설명회에서 신규 적용될 스포츠 베팅 게임 및 웹보드 게임 인증 제도를 소개했습니다. 새로운 인증 제도는 해당 게임이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 마크를 획득하여 게임 및 홈페이지 내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인증을 신청하면 별도의 독립적인 평가위원회에서 심사한 뒤에 인증 자격 획득 여부를 심의 의결합니다.
인증 자격을 획득할 경우, 획득 이후 1년간 게임이용자보호센터가 해당 게임을 모니터링하며 모니터링 결과를 업체에 별도로 제공합니다.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업체는 1년 단위로 인증을 갱신할 수 있습니다. 모니터링에는 불법적인 환전 광고 등이 포함됩니다. 고동희 연구원은 “업체가 제공하는 스포츠 베팅 게임이 불법 환전의 대상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도 손해이므로, 불법 행위를 관리하고 결과를 통보하는 동시에 업체의 의견을 취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는 스포츠 베팅 게임 및 고스톱, 포커 등의 웹보드 게임 사업자들이 참여 가능한 공청회를 연간 2~3회 개최하여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입니다. 규제를 악용하고 우회하는 일부 불법 사업자로 인해 전체 게임 산업을 옥죌 수는 없기 때문에, 규제 당국의 현명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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