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 베팅 온라인 우권 허용 논란

소싸움 베팅 온라인 우권 허용 논란

최근 온라인 경마 베팅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한국의 전통 소싸움에 대한 온라인 베팅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른바 ‘온라인 우권(牛券)’으로, 온라인 우권 발매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소싸움에 대한 베팅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우권 발매에 관한 내용이 담긴 소싸움법 개정안을 두고 동물 학대라며 반대하는 동물 보호 단체의 반발이 극심합니다.

전통 소싸움 업계의 온라인 우권 허용 요구

경마 경기에 대한 온라인 베팅이 가능한 온라인 마권(馬券) 발행을 허용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지난 5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경마 업계의 오랜 숙원으로, 경마 산업 활성화와 디지털 사회 전환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사행성 조장 우려로 온라인 마권을 반대한 사람들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마 산업이 큰 침체를 겪자 업계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공포하며 2024년 6월 20일부터 인터넷으로 마권을 구매하여 경마에 베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마권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덩달아 들썩이는 곳이 있습니다. 한국 전통의 민속 경기로 지정되어 베팅을 허용하는 전통 소싸움(소 힘 겨루기) 업계입니다. 소싸움 역시 현재 사행성 문제로 온라인 우권 발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우권 발매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2021년 국회에 발의되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입니다. 온라인 우권 발매를 통해 소싸움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를 높여 전통 문화 유산인 소싸움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아울러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 막심한 피해를 겪은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발매가 허용되면 사람들은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우권을 구매하여 베팅할 수 있게 됩니다. 아직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지만, 온라인 마권이 본격 허용된 이상 온라인 우권 역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중입니다. 소싸움 업계는 존속이 위태로울 만큼 베팅 참여자가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경마처럼 온라인 발행을 허용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한국 전통의 민속 놀이인 소싸움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입니다.

합법 사행 산업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갖춘 소싸움

합법 사행 산업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갖춘 소싸움

본래 소싸움은 합법적인 도박을 위한 법적 근거가 탄탄합니다. 한국 전통의 민속 놀이로서 소싸움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2년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소싸움법)’이 제정되었으며, 경기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베팅 한도 내에서 합법적인 베팅이 가능합니다. 동물보호법 제10조 2항 3호는 도박이나 오락, 유흥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민속경기 등에 대한 예외 조항에 따라 전통 소싸움은 동물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개싸움인 투견(鬪犬), 닭싸움인 투계(鬪鷄)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데 반해, 소싸움은 한국 전통의 민속 놀이라는 위치에 의해 예외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소싸움은 소싸움법 시행령에 따라 정부가 허가한 전국 11개 지자체에서만 개최가 가능합니다.

  • 경상남도 지역 : 김해, 의령, 진주, 창녕, 창원, 함안
  • 경상북도 지역 : 청도
  • 대구 지역 : 달성
  • 전라북도 지역 : 정읍, 완주
  • 충청북도 지역 : 보은

다만 11개 지역 중 우권 발행과 판매를 허용하는 지역은 경북 청도 뿐이라, 소싸움은 통상 ‘청도 소싸움’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도 소싸움에 대한 우권 판매는 청도에 위치한 민간사업자인 ‘한국우사회’가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지역 중에서 주말에 정기적으로 경기를 개최하는 곳은 의령과 진주 정도이며, 그 외 지역은 다른 지역 축제와 연계하여 이벤트성 대회를 여는 수준입니다. 소싸움 업계는 소싸움에 출전하는 싸움소가 전국에 걸쳐 약 1,000여 마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대를 의식한 ‘한국 민속 소싸움 협회’는 2021년 법정 단체 이름을 ‘한국 민속 소 힘겨루기 협회’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경마처럼 소싸움도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서 우권을 발행하여 구입할 수 있습니다. 특정 소의 승리에 베팅하는 우권을 구매하고, 청도 소싸움 결과에 따라 적중하면 배당률에 따른 당첨금도 수령 가능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스포츠 베팅인 스포츠토토나, 한국에서 내국인 이용을 금지하는 카지노와는 성격이 다르고, 합법적인 도박을 목적으로 경기가 개최되는 경마와 경륜, 경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 소싸움을 경마와 경륜, 경정에 이어 ‘제4의 사행 산업’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합법적인 도박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인해 소싸움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이벤트성 행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해당 지역에선 탄탄한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청도 소싸움 대회를 위탁 운영 중인 청도공영공사가 밝힌 2022년 우권 판매 총액은 약 300억 원으로, 사행성감독위원회가 지정한 우권 매출총량제(판매 상한액)인 247억 원을 조기 달성했을 정도입니다. 매출 총량을 초과한 이유는 매출 상한 금액을 너무 일찍 달성한 탓에 매출 한도를 도중에 늘렸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 달성한 것입니다.

청도공영공사에 따르면 올해 우권 매출 목표는 400억 원으로, 향후 연간 1,000억 원까지 매출 목표를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입니다. 물론 대형 규모를 자랑하는 경마에 비하면 대중적인 인지도나 매출 규모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이에 청도공영공사는 소싸움이라는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경마처럼 소싸움 역시 온라인 우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

동물보호단체의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

업계의 기대와는 반대로 동물보호단체는 동물학대라는 이유로, 온라인 우권 발매를 떠나 소싸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전국의 모든 소싸움 대회가 중단되었는데, 방역 규제가 완화된 지난 해부터 다시 대회가 열리기 시작하자 동물학대 논란도 재점화되었습니다.

녹색당 및 대안의 숲 등 시만 단체들은 지난 4월 대구 달성군 소싸움 경기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회 주최측이 2021년부터 소싸움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완화하고자 ‘소 힘겨루기’로 명칭을 변경하였으나, 동물 학대라는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민속 경기 등 동물 보호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 사례를 지정한 현행 동물보호법을 비판하며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소싸움의 어느 부분에서 전통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물 학대에 불과하고 전통 문화 유산과는 거리가 먼 소싸움이 사장되어 가는 현재, 억지로 산업을 살리기 위해 온라인 우권을 발매하겠다는 발상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 비판했습니다.

녹색당 및 공공성강화정읍시민단체연대회의,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등의 시민단체들은 5월 18일 정읍시청 앞에서 소싸움 대회 재개를 막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싸움소를 육성하기 위해 뿔 갈기와 시멘트로 채워진 폐타이어 끌기 등의 학대가 횡행하고 동물성 보양식을 먹이는 방식은 전통 문화 계승과 거리가 멀다”고 말하며, “자연 상태에서 싸움을 벌이지 않는 소를 억지로 싸우게 하여 도박장을 운영하며 전통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각 마을을 대표하는 튼튼한 소들이 나와 힘을 겨루며 이웃 마을과 화합을 다지던 전통 소싸움은 더 이상 없다”고 말하며 “도박을 위한 동물 학대 산업으로 변질된 소싸움에 동물보호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특히 우권 판매가 가능한 청도 소싸움 대회를 꼬집어 “청도는 우권을 팔아 도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학대의 강도가 심하다”라며, 지난 11년간 77억 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한 청도공영공사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경기 수를 늘리고 있는 것만 봐도 청도 소싸움은 전통 계승이 아닌 수익 창출이 목적이라 주장했습니다. 이에 소싸움 경기장을 즉각 폐쇄하고, 청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평화로운 축제를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단순한 반대를 넘어 대안 모색까지 제안한 것이 눈길을 끕니다. 이들은 “현재 싸움소를 육성하는 농가와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 문제 등을 감안하여 소싸움을 한 번에 없앨 수는 없지만, 소싸움을 예외로 적용하는 동물보호법 제8조 2항 3호에 대하여 일몰제를 적용하자”고 말했습니다. 일몰제 적용 후 법 적용 전까지 함께 대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입니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2023년 1월 기준 정읍시의 경우 4명의 주인이 총 15마리의 싸움소를 등록하였다고 밝히며, 소싸움 대회를 치르기 위해 편성한 예산을 폐업 보상 예산으로 전환하여 싸움소 육성 농가의 폐업을 유도하자는 것입니다. 경제적 보상을 통해 싸움소 농가의 폐업을 유도하여 싸움소를 줄이면 소싸움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소싸움 자체에 대한 반대 뿐만 아니라 온라인 우권 발매 법안에 대해서도 극렬히 반대하는 중입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녹색당,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은 지난 6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소싸움 도박 활성화로 동물학대 조장하는 온라인 우권 발매 소싸움법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온라인 우권 발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온라인 우권 발매로 대립이 더욱 격화될 듯

이와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며 전국의 소싸움 대회는 속속 재개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대구 달성군에서 소 힘겨루기 대회가 개최됐고, 6월 3일에는 소싸움의 본고장인 경북 청도에서 소 힘겨루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당초 5월 대회를 재개할 예정이었던 전북 정읍에서 구제역 유행을 이유로 재개를 잠정 중단한 만큼, 청도 역시 구제역으로 인해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예정대로 개최되었습니다. 소싸움을 폐지하라는 지속적인 요구에 직면한 전북 정읍시는 지난 5년간 소싸움 대회를 열지 않았고, 전북 완주군 역시 2019년부터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지난 3월 2024년 예산을 편성하기 전까지 소싸움 대회에 대한 대안을 찾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6월 8일 정읍 민속 소싸움 대회를 재개했습니다. 잇따른 소싸움 재개로 동물보호단체들이 크게 반발하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입니다.

온라인 우권 발행으로 대회 규모를 키우자는 소싸움 업계와, 대회를 폐지하자는 동물보호단체가 팽팽히 맞선 현재 정부는 섣불리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회를 폐지할 경우 소싸움을 진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소싸움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여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소싸움 대회를 개최하는 완주, 정읍, 진주 지역 관계자들 역시 인터뷰를 통해 “동물학대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소싸움 대회가 관광객 유입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인터뷰에 대해 소싸움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소싸움 대회가 지역 소비 촉진과 관광 매출 증가에 얼만큼 기여하는지 구체적으로 규명된 바가 없다”며 한 발 물렀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온라인 우권 발매 역시 부정적인 의견입니다. 소싸움을 법안으로 규정한 이유는 농촌 지역 개발과 축산업 발전을 촉진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인데, 지역 경제 활성화를 담보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우권 판매 규모를 키우기 위한 목적의 온라인 마권 발매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베팅을 허용할 경우 다른 지역에 있는 참여자들의 관심이 증가하여 소싸움 규모가 커질 수는 있지만, 이것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입장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청도에서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용역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온라인 우권을 허용할 경우 소싸움이 불법 도박 시장의 주요 타겟이 되어 불법 사행 산업을 부추기진 않을지 여부도 걱정입니다. 온라인 우권을 발매한다는 것은 경기 개최 정보가 온라인으로 제공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온라인으로 경기 정보와 배당률 등의 경기 정보가 제공될 경우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제공하는 토토사이트의 좋은 먹잇감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소싸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온라인 우권 발매가 불법 온라인 베팅 산업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 우권 발매의 향방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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