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에서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월드컵 승부조작 의혹 대상 경기는 스페인과 코스타리카 경기입니다. 11월 24일 새벽 1시(한국 시간)에 펼쳐진 스페인 대 코스타리카 경기는 스페인이 자그마치 7득점을 기록하며 스페인의 7:0 대승, 코스타리카의 기록적 참패로 종료됐습니다. 코스타리카는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 하는 빈공에 시달렸으며, 스페인의 압도적인 전력과 코스타리카의 부족한 수비 조직력 및 부실한 대회 준비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돼 왔습니다. 이번 월드컵 최다 골이 기록된 경기인데, 돌연 월드컵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뉴 헤이븐(New Haven) 대학교 데클란 힐(Declan Hill) 교수는 한국 시간 26일 본인의 SNS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페인 대 코스타리카 경기에서 월드컵 승부조작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꾸준히 추적하고 있지 않았지만, 뉴 헤이븐 대학 연구팀의 추적 프로그램에서 ‘황색 경보(Yellow Alert)’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힐 교수가 트위터에 공유한 연구팀의 스포츠 베팅 추적 결과에 따르면, 이번 스페인의 경기를 앞두고 총 득점 2.75 이상, 스페인의 -1.75 핸디캡 항목에 베팅이 크게 쏠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양팀 합쳐 총 득점이 3골 이상 기록될 것이며, 스페인이 2점차 이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양팀의 전략차가 클 경우 강팀의 승리 및 강팀의 큰 점수차 승리에 베팅이 몰리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코스타리카가 큰 점수차로 패배할 것을 미리 예측한 듯한 베팅 흐름이었다”는 것이 힐 교수의 주장입니다. 일반적인 강팀 대 약팀의 경기에 비해 베팅의 흐름과 강도, 전체 자금의 양 등이 일반적인 경우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추측의 근거입니다. 즉, 코스타리카가 실제 전력차 이상 큰 차이로 패배하도록 실점을 의도했다는 것이 이번 월드컵 승부조작 의혹의 골자입니다.
힐 교수는 종군 기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경력을 쌓은 탐사 보도 전문 기자 출신입니다. 특히 프로 스포츠 업계에 존재하는 승부조작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승부조작의 진실’이라는 책을 편찬한 바 있습니다. 프로 스포츠 업계의 승부조작은 스포츠토토 베팅으로 이득을 거두려는 세력이 선수를 포섭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그는 이번 월드컵 승부조작 의혹 추측을 제기하기 전에도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개인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카타르 대회 역시 아시아 쪽 세력의 승부조작 시도가 존재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코스타리카가 이번 월드컵 승부조작 의혹 대상으로 거론되는 데에는 베팅 흐름 추적 외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코스타리카는 스페인전에 이어 벌어진 다음 경기에서 일본에게 1:0으로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전 경기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독일에게 2:0 완승을 거둔 바 있습니다. 독일과 스페인의 전력은 비슷한 수준이고, 실제로 둘의 경기 역시 1:1로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독일을 2:0으로 격파한 일본을 1:0으로 꺾은 코스타리카가 스페인에게 7:0으로 패배했으니,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지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월드컵 대회는 그동안 매 대회마다 해외 토토사이트를 통한 승부조작으로 큰 이득을 거두려는 세력에 의해 지속적으로 승부조작 시도가 벌어진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가 없고, 승부조작 정황을 조사할 만큼 큰 논란이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스타리카 경기는 아무리 전력차가 크다고 해도 7:0이라는 기록적인 대패였고, 코스타리카가 다음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이 심상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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